연금저축과 IRP 차이, 세액공제 600만원과 900만원이 갈리는 지점

연금저축과 IRP 차이, 세액공제 600만원과 900만원이 갈리는 지점

연말정산 시기가 되면 어김없이 듣는 말이 있습니다. "IRP에 넣으면 세금 돌려받아요." 그런데 막상 알아보려고 하면 연금저축이라는 계좌가 하나 더 튀어나옵니다. 둘 다 노후자금이고, 둘 다 세액공제를 받고, 둘 다 55세부터 연금으로 받는다고 합니다. 그럼 뭐가 다른 걸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이 둘은 비슷한 상품 두 개가 아니라 뿌리가 다른 제도 두 개입니다. 그래서 한도가 적용되는 순서도 정해져 있고, 넣을 수 있는 상품도 다르고, 급할 때 빼는 방법도 다릅니다. 어느 쪽에 먼저 넣어야 하는지, 그 판단에 필요한 차이만 골라서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동전이 적은 돼지 저금통과 동전이 쌓인 돼지 저금통 비교

이름은 비슷하지만 근거 법률이 다릅니다

IRP는 퇴직연금제도의 한 종류입니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24조 제2항은 IRP를 설정할 수 있는 사람을 세 부류로 정해두었습니다. 퇴직급여제도의 일시금을 수령한 사람, DB·DC·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 가입자로서 자기 부담으로 추가 설정하려는 사람, 그리고 자영업자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람입니다. 아무나 여는 계좌가 아니라 일하는 사람 또는 일했던 사람을 위한 계좌라는 뜻입니다.

연금저축은 세법에서 나온 계좌입니다. 소득세법 시행령 제40조의2 제1항 제1호는 금융회사와 체결한 계약에 따라 '연금저축'이라는 명칭으로 설정하는 계좌를 연금저축계좌로 정의합니다. 신탁계약, 집합투자증권 중개계약, 보험계약 세 형태가 열거되어 있을 뿐 가입 자격 요건은 없습니다. 소득이 없는 배우자도, 학생도 열 수 있습니다.

같은 조 제2항은 두 계좌를 묶어 '연금계좌'라고 부릅니다. 세금 혜택을 계산할 때는 한 덩어리로 보되, 계좌를 만들고 운용하고 인출하는 규칙은 각자의 법을 따르는 구조입니다. 이 이중 구조를 알고 나면 아래의 차이들이 왜 생기는지 자연스럽게 이해됩니다.

600만원과 900만원, 순서가 정해져 있습니다

세액공제 한도를 "합쳐서 900만원"으로만 기억하면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소득세법 제59조의3 제1항의 단서는 두 단계로 잘라냅니다. 먼저 연금저축계좌에 납입한 금액이 연 600만원을 초과하면 그 초과분은 없는 것으로 봅니다. 그다음 연금저축 600만원 이내 금액과 퇴직연금계좌 납입액을 합한 금액이 연 900만원을 넘으면 그 초과분도 없는 것으로 봅니다.

숫자를 넣어보면 분명해집니다. 연금저축에만 900만원을 넣은 사람은 600만원까지만 공제 대상이 됩니다. 나머지 300만원은 세액공제 관점에서는 그냥 묻힌 돈입니다. 반대로 연금저축 600만원과 IRP 300만원으로 나눈 사람은 900만원 전액이 대상이 됩니다. 같은 900만원을 넣고도 결과가 다릅니다.

IRP에만 900만원을 넣는 것도 가능합니다. 퇴직연금계좌 납입액에는 별도의 하위 한도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계좌를 하나만 굴리고 싶다면 IRP 하나로도 900만원을 채울 수 있고, 두 계좌를 쓰고 싶다면 연금저축을 600만원 이하로 유지하는 것이 조건입니다.

한 가지 오해도 정리해두겠습니다. 퇴직할 때 IRP로 넘어온 퇴직금은 세액공제 대상이 아닙니다. 같은 조 제1항 제1호가 과세가 이연된 퇴직소득을 명시적으로 제외하고 있고, 제2호는 다른 연금계좌에서 이전해 온 금액도 제외합니다. 퇴직금 1억원이 들어온 IRP에 그해 900만원을 따로 넣어야 공제를 받는 구조입니다.

공제율이 갈리는 경계선

같은 조항은 공제율도 두 갈래로 나눕니다. 기본은 납입액의 12%이고, 해당 과세기간의 종합소득금액이 4,500만원 이하(근로소득만 있는 경우에는 총급여액 5,500만원 이하)인 거주자는 15%가 적용됩니다. 여기에 지방소득세가 10% 붙으므로 실제로 손에 들어오는 비율은 각각 13.2%와 16.5%가 됩니다.

900만원을 꽉 채웠다고 하면 13.2% 구간에서는 118만8천원, 16.5% 구간에서는 148만5천원입니다. 약 30만원 차이인데, 이 경계 근처에 있는 분이라면 그해 소득 규모를 먼저 확인해보실 만합니다.

퇴직한 해에는 상황이 또 달라집니다. 근로소득이 몇 달치만 잡히면서 총급여액이 평소보다 낮아지는 경우가 흔한데, 그해에는 15% 구간에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다만 산출세액 자체가 작으면 공제받을 세금도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에, 낼 세금이 있는지부터 확인하는 편이 순서에 맞습니다.

넣을 수 있는 돈의 총량은 따로 있습니다

세액공제 한도와 납입 한도는 다른 개념입니다. 소득세법 시행령 제40조의2 제2항 제1호 가목은 연간 1,800만원을 연금보험료로 인정되는 납입 한도로 정하고 있습니다. 연금계좌가 두 개 이상이면 합계 기준입니다.

세액공제는 900만원까지지만 넣는 것 자체는 1,800만원까지 가능합니다. 공제를 못 받는 900만원 초과분은 나중에 인출할 때 세금을 물리지 않는 원금으로 남습니다. 그래서 계좌 안에서 운용수익만 굴리려는 목적으로 추가 납입하는 분도 있습니다.

같은 조항에는 눈여겨볼 특례도 하나 들어 있습니다. 다목은 살던 집을 팔고 더 작은 집으로 옮기거나 집을 사지 않은 경우, 그 차액을 연금계좌에 넣을 수 있도록 열어두었습니다. 양도일 현재 본인 또는 배우자가 60세 이상이어야 하고, 이 경로로 넣는 누적 금액은 1억원이 한도입니다. 집을 줄이며 노후자금을 만드는 분에게는 1,800만원 한도와 별개로 열리는 통로입니다.

운용에서 갈리는 지점 — 위험자산 70%

IRP에는 연금저축에 없는 제한이 하나 걸립니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시행규칙 제10조 제1항 제2호는 확정기여형퇴직연금제도와 개인형퇴직연금제도의 위험자산 총투자한도를 가입자별 전체 적립금의 100분의 70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적립금의 30%는 원리금보장상품이나 분산투자로 위험을 낮춘 상품에 남겨두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연금저축에는 이 한도가 없습니다. 연금저축펀드라면 주식형 펀드로 전액을 채우는 것도 가능합니다. 운용을 공격적으로 가져가고 싶은 분이라면 이 차이가 세액공제 30만원보다 크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이 제한을 안전장치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은퇴 자금 전액이 한쪽으로 쏠리는 것을 제도가 막아주는 셈이니까요. 어느 쪽이 맞다기보다, 본인이 계좌를 얼마나 자주 들여다볼 사람인지에 따라 답이 달라지는 항목입니다.

급하게 돈이 필요해질 때

이 차이는 세액공제보다 훨씬 크게 체감됩니다. 연금저축은 필요할 때 인출할 수 있습니다. 대신 세액공제를 받은 원금과 운용수익을 빼면 연금외수령한 기타소득으로 보아 소득세법 제129조 제1항 제6호 나목에 따라 100분의 15로 원천징수합니다. 지방소득세를 더하면 16.5%입니다.

IRP는 다릅니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시행령 제18조 제2항이 정한 법정 사유에 해당해야만 중도인출이 됩니다. 무주택자의 주택 구입, 무주택자의 전세금·보증금 부담, 6개월 이상 요양이 필요한 질병·부상 의료비, 재난 피해, 파산선고나 개인회생절차개시 결정 같은 사유들입니다. 사유가 없으면 계좌 전체를 해지하는 길만 남습니다.

그래서 같은 300만원이라도 성격이 다릅니다. 연금저축에 넣은 300만원은 세금을 물고서라도 뺄 수 있는 돈이고, IRP에 넣은 300만원은 사실상 잠기는 돈입니다.

수수료와 수익률은 어디서 비교하나

IRP에는 운용관리·자산관리 수수료가 별도로 붙는 경우가 있습니다. 연금저축은 상품 형태에 따라 보수 구조가 다릅니다. 금융회사마다 차이가 있어 한 줄로 정리하기 어렵지만, 비교할 수 있는 공적 창구는 있습니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의 '연금상품 비교공시' 메뉴에서 연금저축·퇴직연금 상품별 수익률과 수수료를 나란히 볼 수 있습니다. 같은 포털에는 '개인형 IRP 온라인 서비스'와 '연금저축 온라인 서비스'도 연결되어 있어, 가입·이체·해지·연금개시 신청을 온라인으로 처리하는 경로도 안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디에 먼저 넣을까

  • 세액공제만 노리고 900만원을 채울 계획이라면 — 연금저축 600만원을 먼저 채우고 IRP에 300만원을 더하는 조합이 한도를 온전히 쓰는 방법입니다. 게다가 600만원 쪽은 필요할 때 세금을 물고 뺄 수 있는 여지가 남습니다.
  • 넣을 수 있는 돈이 연 300만원 안팎이라면 — 연금저축 하나로 충분합니다. 계좌를 둘로 나눌 이유가 없고, 중도 유연성만 챙기면 됩니다.
  • 주식형 비중을 높게 가져가고 싶다면 — 위험자산 70% 한도가 없는 연금저축 쪽에 비중을 두는 편이 의도한 운용에 가깝습니다.
  • 이미 퇴직금이 들어온 IRP가 있다면 — 그 계좌에 추가 납입할지, 별도 계좌를 열지 정해야 합니다. 퇴직금과 자기부담금이 한 계좌에 섞여도 세금은 재원별로 따로 계산되지만, 관리 편의를 위해 나눠 두는 분도 많습니다.
  • 소득이 없는 배우자 명의로 준비하려면 — IRP는 가입 자격이 걸리므로 연금저축이 현실적인 선택지입니다. 다만 소득이 없으면 세액공제 자체를 받을 대상이 아니라는 점은 함께 따져봐야 합니다.

계좌를 열기 전 확인할 것들

  • 올해 종합소득금액 또는 총급여액이 공제율 15% 경계 안에 들어오는지
  • 이미 갖고 있는 연금계좌가 있는지, 있다면 올해 납입액이 얼마인지(합산 기준입니다)
  • 연금저축 납입액이 600만원을 넘고 있지는 않은지
  • IRP 계좌의 운용·자산관리 수수료율과 부과 방식
  • 위험자산 70% 한도가 본인의 운용 계획과 충돌하지 않는지
  • 앞으로 5년 안에 목돈이 필요해질 가능성이 있는지
  • 퇴직금이 들어온 계좌라면, 그 금액은 세액공제 대상이 아니라는 점

자주 묻는 질문

연금저축이랑 IRP 둘 다 있으면 세액공제도 두 배로 받나요?

아닙니다. 소득세법 제59조의3 제1항은 두 계좌를 합쳐 연 900만원까지만 공제 대상으로 봅니다. 계좌를 나누는 이유는 한도를 늘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연금저축 600만원 한도 안에서 중도인출 여지를 남기면서 900만원을 채우기 위해서입니다.

IRP에 들어온 퇴직금도 세액공제 되나요?

되지 않습니다. 소득세법 제59조의3 제1항 제1호가 원천징수되지 않고 과세가 이연된 퇴직소득을 공제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습니다. 다른 연금계좌에서 옮겨 온 금액도 같은 항 제2호에 따라 제외됩니다.

소득이 없는데 연금저축 넣으면 나중에 손해인가요?

세액공제를 받지 않은 납입금은 나중에 인출할 때 과세되지 않는 원금으로 처리됩니다. 손해라기보다 혜택이 없는 상태에 가깝습니다. 다만 계좌 운용에 따르는 보수나 수수료는 그대로 나가므로, 세액공제 없이 계좌를 유지할 이유가 있는지는 따로 따져보셔야 합니다.

1,800만원 한도는 계좌마다인가요 합쳐서인가요?

합쳐서입니다. 소득세법 시행령 제40조의2 제2항 제1호는 연금계좌가 두 개 이상인 경우 합계액을 기준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연금저축 두 개와 IRP 하나를 갖고 있어도 세 계좌 합계가 연 1,800만원입니다.

지금 쓰는 금융회사가 마음에 안 들면 옮길 수 있나요?

연금계좌 간 계약 이전은 가능하며, 이전되는 금액은 소득세법 제59조의3 제1항 제2호에 따라 새 계좌의 세액공제 대상 납입액으로 잡히지 않습니다. 즉 옮긴다고 공제를 다시 받지는 못합니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 공지사항에는 퇴직연금 사업자별 실물이전서비스 제공 일정도 안내되어 있으니, 보유 상품을 팔지 않고 그대로 옮길 수 있는지 확인해보시면 좋습니다.

집을 줄여서 생긴 돈을 연금계좌에 넣을 수 있다던데 사실인가요?

소득세법 시행령 제40조의2 제2항 제1호 다목에 근거 규정이 있습니다. 살던 집을 양도하고 더 작은 집을 취득하거나 취득하지 않은 경우 그 차액을 넣을 수 있는데, 양도일 현재 본인 또는 배우자가 60세 이상이어야 하고 이 경로의 누적 납입액은 1억원이 한도입니다. 요건이 여러 개 붙어 있으므로 양도하기 전에 조문을 직접 열어 확인하셔야 합니다.

첫 납입 전에 정해둘 두 가지

연금계좌는 한번 넣으면 55세까지 묶이는 돈입니다. 그래서 상품을 고르기 전에 정해야 할 것이 두 가지 있습니다. 올해 넣을 총액이 얼마인지, 그리고 그 돈 중 얼마가 급할 때 뺄 수 있어야 하는 돈인지입니다.

이 두 숫자가 정해지면 계좌 배분은 거의 자동으로 나옵니다. 빼야 할 가능성이 있는 금액은 연금저축 600만원 한도 안에, 확실히 묶어둬도 되는 금액은 IRP에. 그다음에 통합연금포털 비교공시에서 수수료를 확인하고 금융회사를 고르셔도 늦지 않습니다.

함께 보면 좋은 글

댓글

인생오후

중년 이후의 일상에서 실제로 필요한 제도와 절차를 정리합니다. 국민연금, 건강보험, 노후 준비, 지원 제도까지 공식 자료를 확인해 신청 조건과 방법, 놓치기 쉬운 예외를 함께 짚습니다.

이 블로그 검색